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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과 소통: 관계 속 '나' 다운 선택

by 툭히(전 직업상담사) 2025. 7. 18.

경계선과 소통: 관계 속 '나' 다운 선택

"싫다"고 말하기 두려운 당신에게. 우리는 건강한 경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주도성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자기주도성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자기주도성은 단순히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도 나답게 선택하고, 불편한 감정을 견디며 나를 지켜내는 일 역시 자기주도성의 핵심입니다. 자기주도성 마지막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주도적인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경계선이 무너진 나, 어떻게 알아챌까?

관계에서 내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나도 모르게 "싫다고 하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저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에 어느새 내 욕구를 뒤로 미루게 되죠. 그러다 보면 마음 한켠엔 늘 찜찜함이 남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휘둘릴까?'라는 무력감이 밀려옵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마음은 지치고 억울한 감정만 쌓여가는 거죠.

  • 부당한 부탁을 받았는데도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했다면?
  • 상대의 감정 변화에 내 하루의 기분이 좌우된다면?
  •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쓰지 못하고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면?

이런 신호들은 이미 내 경계선에 작은 금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건 '내가 언제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는지'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내 감정과 욕구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것.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나?" 이 질문이 경계 회복의 시작점입니다.

2. 자기주도적 관계의 핵심: 불편함을 견디는 힘 기르기

관계에서도 자기주도성을 발휘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타인의 기대에 맞춰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치와 기준에 따라 관계를 선택하고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지점에서 "갈등 회피"라는 함정에 걸려 넘어지곤 해요.

솔직히 거절하면 돌아오는 불편한 상황들이 싫지 않나요? "괜히 거절해서 분위기 이상해지면 어떡하지", "저 사람이 서운해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 말이에요. 저 역시 이런 고민을 수십 번도 넘게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깨달은 건, 우리가 피하고 싶어하는 게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과 상황"을 감당하는 것이더라고요.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진짜 이유들
  • 즉시 오는 불편함: 거절 직후 느끼는 죄책감과 어색함
  • 관계 변화 걱정: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
  • 갈등 상황 회피: 따지거나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음
  • 후폭풍 부담: 거절 후 계속 신경 쓰이는 감정적 피로감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불편함이 대부분 일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이 쌓일수록, 나를 지키면서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결국 자기주도적 관계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내 기준을 지켜나가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3.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니오"라고 말하는 구체적 기술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거절이 쉬워지는 건 아니죠. 자기주도적 소통은 단순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명확하면서도 배려 있게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4단계 거절 기술

1단계: 거절에 대한 생각 바꾸기

거절을 피하는 이유는 대부분 "관계가 나빠질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거절은 손해가 아니라 지금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2단계: 공감하면서 분명하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시겠네요, 그런데 지금 제 상황으로는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 상대방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그 다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3단계: 다른 방법 제안하기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혹시 다른 분을 소개해드릴까요?"
→ 그냥 "안 돼요"로 끝내지 말고 관계를 생각한 대안 찾기

4단계: 생각할 시간 만들기

"일정 확인해보고 연락드릴게요"
→ 바로 답하지 말고 시간을 두면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구글 출신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가 쓴 시간관리의 대표작 Make Time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오늘은 좀 힘들어서..."같은 애매한 표현은 상대방에게 협상의 여지를 남겨 결국 더 복잡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거절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가 먼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상대방에게도 진정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거든요. 무리해서 들어준 부탁은 결국 나도 지치고 상대방도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요. 자기주도적 관계란 결국 나와 상대방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4. 나만의 정원에 울타리 세우기: 경계는 벽이 아니라 문이다

한 사람이 넓은 정원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 곳곳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둘러싼 적당한 높이의 울타리. 울타리에는 문이 하나 있어요. 때로는 열려 있고, 때로는 닫혀 있습니다.

이 정원의 주인은 누구를 들어오게 할지, 언제 문을 닫을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울타리가 없다면 누구나 함부로 들어와 꽃을 밟고 흙을 어지럽힐 수 있겠죠. 그렇다고 너무 높은 벽을 쌓으면 아무도 그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경계선을 '벽'이라고 생각하면 어딘가 차갑고 단절적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경계선을 '문이 있는 울타리'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원할 때는 활짝 열어두고, 필요할 때는 살짝 닫을 수 있는 그런 울타리 말이에요.


나만의 건강한 울타리
나만의 건강한 울타리

"내 마음의 정원에도 아름다운 울타리가 있습니다.
문은 내가 열고, 내가 닫습니다."



자기주도적 관계란 결국 이런 것입니다. 나만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면서도, 소중한 사람들과는 기꺼이 그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은 적당한 울타리를 세우고, 그 문을 열고 닫는 주도권을 내가 갖는 것. 이것이 바로 관계 속에서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자기주도성 시리즈를 마치치며: 관계 속에서도 나다운 삶

지금까지 자기주도성 시리즈를 통해 스스로 삶을 이끄는 힘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 자기주도성의 개념을 정립하고, 성장 마인드셋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법을 시작으로 선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며, 매일 1%씩 성장하는 습관까지.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관계 속에서도 나답게 선택하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혹시 지금 어떤 관계에서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면, 오늘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번에는 내 마음을 먼저 살펴보자"는 작은 다짐부터 말이에요. 여러분만의 경험이나 고민을 댓글로 나눠주시면, 우리 모두 조금 더 자유롭고 나답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정원에도 아름다운 울타리가 세워지고, 그 문을 열고 닫는 힘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