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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타크가 되려다 잃어버릴 뻔한 자기 신뢰

by 툭히(전 직업상담사) 2025. 8. 8.

토니 스타크가 되려다 잃어버릴 뻔한 자기 신뢰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

자비스로 인해 시작된 AI 중독

나는 마블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아이언맨을 특히 좋아한다.
아이언맨에게 ‘자비스’가 있었던 것처럼 나도 나만의 ‘자비스’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 GPT가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이 녀석을 ‘자비스’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아무튼 한동안, 나는 AI ‘자비스’가 모든 해답을 제시해줄 것처럼 행동했다.
복잡한 사업계획서도, 참여자 컨설팅 전략도, 심지어 앞으로의 인생 설계까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매번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머뭇거리던 내게 AI는 꽤 근사한 구실이 되어줬다.
“GPT한테 물어봐. 걔가 대답해줄 거야.”
뭐만 했다 하면 GPT, GPT, GPT...
그런 일상이 점점 익숙해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는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가 정말 날 알까?”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얘는 알까? 이렇게 AI를 의지하는 게 맞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드는 달콤한 함정

그 질문을 마주한 순간, AI가 아무리 많은 답을 줄 수 있어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스스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언제부턴가 인스타에 들어가면 이런 게시물이 참 많이 뜬다.

GPT에게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10년 뒤 지금 내가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 5가지를 알려줘’
‘내가 모르고 있는 나의 무의식에 있는 두려움이 뭐야?’
‘내가 당연하게 여겨서 의심조차 안 했지만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게 뭐야?’

정말 AI가 나의 깊은 무의식을 알 수 있을까?
그중에 공감가는 답이 10개 중 1개는 분명 있었다.
신기했다. 마치 얘가 나를 아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마저도 요즘엔 의심이 되는 것이..

AI가 학습한 수천 수만 가지 데이터 중 하나를 던졌을 뿐이고
그게 나에게 우연히 맞아떨어진 건 아닐까?
그러니까, 나의 ‘자비스’가 정말 내가 후회할 일을 알고 답한 게 아니라
통상적으로 많은 사람이 후회하는 일을 말했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던 것 아닐까.


아마도 퇴사를 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게 두려웠던 것 같다.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패의 책임은 지고 싶지 않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고 외치면서도 그에 따르는 고통이 겁났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AI라는 이름의 ‘책임 없는 지혜’에 내 가능성을 맡겨버리고 싶었던 것.
하지만 결국, 아무리 똑똑한 도구가 있어도
삶을 살아내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신뢰를 잃어버리기 가장 쉬운 시대

어쩌면 지금의 시대는 ‘자기 신뢰’를 가장 빠르게 잃어버리기 쉬운 시대가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도 그 선택이 과연 나의 것인지조차 헷갈릴 만큼
외부 자극에 휩쓸리고, 알고리즘에 휘둘린다.

그럴수록 내 스스로가 내 안에 단단히 서 있어야 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그 위에 설 수 있는 ‘나’라는 존재가 부실하다면 아무리 멋진 세상이 와도 진정한 나로 살아가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요즘은 자주 나에게 묻는다.
“정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 거니?”
그 질문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